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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원래 카브리올레?
마차에서 온 자동차 용어들

이재욱 에디터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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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용어 중 상당수가 마차에서 유래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쿠페 드 빌', '베를리네타', '카브리올레', '슈팅 브레이크'... 여러 자동차에 관한 정보를 찾다 보면 평소에 쓰지 않는 낯선 용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새로 만들어진 용어들-가령 컨버터블, SUV, 크로스오버 같은 것은 그나마 쉽게 의미를 알 수 있지만, 도저히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이런 낯선 용어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리는 없습니다. 더구나 서양보다 자동차 보급이 늦었고, 문화권이 전혀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유래를 이해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세상 만물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에 쓰이는 많은 용어들에도 기원이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초창기 자동차는 완전히 신개념의 탈것이라기 보다는, '말 없는 마차'의 개념이 더 강했습니다. 때문에 차체 설계나 디자인에 있어서도 기존의 마차와 유사점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마차 시대부터 쓰이던 많은 용어들이 이식됐습니다. 오늘은 마차에서 유래한 자동차 용어들의 기원과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캐딜락 드빌과 링컨 타운카는 '동명이인' : 승용차에 쓰인 마차 용어들


가장 보편적 승용차인 세단은 고급 마차인 세단 코치에서 유래했습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승용차들의 명칭이 대부분 마차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보편적인 4-도어 3-박스 승용차를 일컫는 '세단(sedan)'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단은 지붕이 있는 4~6인승 고급 마차, '세단 코치(sedan coach)'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앞뒤로 배치된 4개의 바퀴, 지붕으로 덮인 다인승 승객석 등의 특징이 오늘날의 세단과 비슷한데요. 라틴어로 '앉다'라는 뜻의 sedere에서 기원한 '세단'은 사람이나 말이 이고 가는 의자형 가마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단은 자동차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유독 다양한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설룬(saloon), 베를리네(berline), 리무진(limousine) 등인데요. 이런 별칭들 또한 모두 비슷한 형태의 승용 마차를 부르는 이름이었습니다. 설룬은 프랑스어의 살롱(salon)과 같은 어원을 갖고 있습니다. 본디 프랑스어에서는 '넓은 방'을 의미하지만, 영국에서는 술집 내지는 술집의 바 테이블을 일컫는 단어로 바뀝니다. 그리고 여기서 유래해 산업혁명기 이후에 탄생한 기차의 객차도 설룬이라고 부르게 되는데, 이 의미가 자동차에도 이어진 것이죠.


세단의 이명인 '베를리네' 역시 마차의 이름이었습니다. 사진은 나폴레옹이 탑승했던 베를리네 마차.


프랑스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 '베를리네'는 쉽게 추측할 수 있듯 독일의 수도 베를린(Berlin)에서 유래했습니다. 17세기 프로이센의 군주였던 선제후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167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기 위해 새로 주문한 최신 마차를 이용했습니다. 싱글 프레임을 사용하는 기존의 마차와 달리 선제후의 마차는 더블 프레임을 사용해 더 견고하고 안락했는데요. 파리 사교계에서 이 '베를린 스타일' 마차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이런 마차를 베를리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리무진은 리모주 지역의 외투와 운전석 지붕이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리무진은 어떨까요?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건 프랑스 리모주(Limoges) 지역에서 사용되던 리무쟁(Limousin)이라는 외투에서 유래했다는 설입니다. 리무쟁은 머리까지 뒤집어쓰는 겉옷으로, 얼굴 부분에 챙이 달려있는 게 특징인데요. 마차의 마부를 위한 지붕이 툭 튀어나와 리무쟁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입니다. 덧붙여 마차 시대에는 세단과 리무진의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오늘날에 리무진은 1열과 2열 사이에 격벽이 설치된 의전용 차량을 일컫는 말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쿠페 또는 베를리네타는 크기를 줄인 도심형 마차였습니다.


날렵한 바디 라인을 지닌 '쿠페(coupe)' 또한 마차의 종류 중 하나였습니다. 쿠페는 프랑스어로 '자르다'라는 뜻의 couper가 그 어원인데요. 말 그대로 세단 코치를 반으로 자른 듯 작은 차체에 2명 정도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소형 4륜 마차를 일컫는 말입니다. 쿠페를 의미하는 또 다른 단어, 베를리네타(berlinetta)도 마찬가지로 베를리네에 축소 어미 -etta를 붙여 만든 단어입니다. 베를리네의 축소판이라는 의미죠.


그런데 원래 쿠페 뒤에는 축약된 단어가 바로 '마을의'라는 뜻의 '드빌(de Ville)'입니다. 쿠페 드빌, 그러니까 '마을용 쿠페'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세단 코치는 상류층의 근교나 장거리 이동에 주로 쓰였지만, 몸집이 너무 커 유럽의 시가지를 돌아다니기는 불편했습니다. 때문에 도심지의 근거리 이동용으로 별도의 소형 마차를 이용했는데, 이것이 바로 쿠페 드빌이었습니다.


캐딜락 쿠페 드빌(왼쪽)과 링컨 타운카. 두 차는 동명이인이었던 셈입니다.


비슷하게 영국에서도 도심용 고급 소형 마차가 두루 쓰였는데요. 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 타운 캐리지(town carriage), 즉 타운 카였습니다. 그러니까 쿠페 드빌과 타운 카는 같은 의미였던 것이죠. 말도 마차도 귀했던 시대, 도심 운행을 위한 마차를 하나 더 들이는 건 부자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고, 따라서 쿠페 드빌과 타운 카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이 전통이 이어져 캐딜락과 링컨은 각자의 고급 모델에 '드빌'과 '타운카'라는 이름을 붙인 적도 있습니다.



카브리올레와 택시캡의 유래가 같다고? : 마차에서 유래한 컨버터블의 명칭


컨버터블의 다양한 이름도 마차에서 따 왔습니다.


요즘 시판되는 자동차는 거의 대부분 고정식 지붕이 달려 있지만, 과거 마차 중에서는 접이식 지붕이 달린 것도 많았습니다. 형태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들이 오늘날 컨버터블(convertible)로 통칭되는, 이른바 '오픈카'의 조상님입니다.


카브리올레는 접이식 지붕이 달린 경량 소형 2륜 마차를 일컫는 말입니다.


우선 컨버터블의 모델명으로 가장 흔히 쓰이는 카브리올레(cabriolet)의 기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카브리올레는 소형 2륜 마차의 일종으로 아예 지붕이 없거나 접이식 지붕이 달려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카브리올레는 바퀴가 2개 밖에 없고 차체도 작아 구조가 단순했는데, 그만큼 4륜 마차에 비하면 승차감도 나쁘고 안정성이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잘 닦이지 않은 길에서는 이리저리 요동쳤는데요. 그래서 '튀어오르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cabrioler에서 유래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또 cabrioler의 어원을 타고 올라가면 라틴어로 '염소'를 의미하는 capreolus가 나오는데요. 그러니까 염소처럼 날뛰듯이 달리는 마차였다는 의미죠. 어원 자체는 지붕과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카브리올레가 대부분 접이식 지붕을 달고 있어 컨버터블 차량에 이 이름을 가져다 쓰기 시작합니다.


택시캡은 요금을 받고 운행하는 택시 카브리올레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서양에서 택시 차량을 일컫는 택시캡(taxicab) 또한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입니다. 택시캡은 원래 택시 카브리올레(taxi cabriolet)의 약칭인데요. 근대 서양 도시에서 카브리올레는 일정 요금을 내고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는 영업용으로 두루 사용됐는데요. 그래서 '세금', '요금' 등을 의미하는 tax를 앞에 붙여 택시 카브리올레라고 불렀습니다. 이를 줄여 '택시캡'으로 부르던 것이 오늘날의 택시가 된 것이죠.


경량 4륜 마차인 파에톤. 가볍고 빠르지만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스파이더(spyder)의 기원을 알려면 우선 파에톤(phaeton)부터 알아야 합니다. 파에톤은 아예 지붕이 없고 2~4명이 탈 수 있는 4륜 경량 마차였는데요. 가볍고 바퀴가 커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었지만, 그만큼 주행 중 마차에서 떨어져 다칠 위험도 컸습니다. 그래서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마차에서 떨어져 죽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파에톤(Phaeton)의 이름을 딴 것이 파에톤 마차였습니다.


바퀴가 큰 파에톤은 거미를 닮아 '스파이더'라고 불렸고, 미국에서는 '로드스터'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파에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작은 차체 대비 커다란 바퀴를 달고 있었는데요. 이것을 옆에서 보면 작은 몸통에 긴 다리를 지닌 거미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18세기 들어서 '스파이더 파에톤(spider phaeton)'이라 불렸고, 여기서 유래해 지붕이 없거나 임시용 지붕만 달린 차를 스파이더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또 스파이더 파에톤의 미국 명칭인 로드스터(roadster)도 같은 의미로 쓰였습니다.


지붕이 반만 열리는 랜덜렛은 랜도우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세단 코치와 비슷한 형태지만, 지붕을 앞뒤로 접을 수 있는 랜도우(landau)라는 마차도 있었는데요. 이 랜도우에 축소 어미가 붙은 쿠페 버전이 바로 랜덜렛(landaulette)입니다. 랜덜렛은 차의 뒷좌석 부분에만 오픈톱을 설치한 컨버터블의 일종인데요. 양산 승용차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의전용으로 종종 쓰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랜덜렛 마차를 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죠.



대포 바퀴부터 짐마차까지 : 상용차에도 쓰이는 마차 용어


대표적인 상용차, 트럭의 명칭은 짐마차의 바퀴에서 유래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자동차들이 마차에 쓰이던 용어들을 그대로 이어받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트럭이나 버스가 있듯, 짐이나 많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마차 또한 있었는데요. 그런 상용차들 또한 마차 시대부터 쓰이던 명칭들을 그대로 이어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상용차, 트럭(truck)의 기원은 16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트럭은 군함에 실려 있는 대포의 바퀴를 부르는 명칭이었는데요. 그리스어로 '바퀴'를 뜻하는 trokhos에서 유래했습니다. 무거운 대포를 지지해야 하는 만큼 이 바퀴는 아주 무거운 하중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중(重)화물용 바퀴는 마차에도 이식됐습니다. 무거운 짐이나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는 짐마차에 주로 사용됐는데, 나중에는 의미가 확장돼 대형 짐마차 자체를 트럭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내연기관이 얹힌 트럭 마차를 모터 트럭(motor truck)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뒷 부분만 따 와 트럭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스테이션 왜건은 말그대로 역과 근교를 오가는 역마차였습니다.


근교의 기차역에서 내리는 사람과 화물을 목적지까지 실어 나르는, 일종의 셔틀 역할을 하는 짐마차도 있었는데요. 이런 마차를 스테이션 왜건(station wagon, 역마차)나 에스테이트 카(estate car)라고 불렀습니다. 짐과 화물을 동시에 실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인데, 오늘날 승용차의 트렁크 공간을 확장한 차를 왜건이나 에스테이트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서 유래합니다.


사냥용 마차인 슈팅 브레이크는 고급 스포츠카에 넓은 적재함을 갖춘 형태로 진화했습니다.


왜건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주로 2-도어 쿠페를 바탕으로 만든 슈팅 브레이크(shooting brake)도 있죠. 이는 사냥용 무개 마차인 브레이크(brake)에서 유래했는데요. 브레이크는 주로 총과 탄환, 각종 짐과 사냥한 동물을 싣고 올 수 있는 적재공간을 갖춘 승용 마차였습니다. 제동할 때 쓰는 브레이크와 철자가 같지만, 그 어원은 네덜란드어로 '카트'나 '마차'를 의미하는 brik입니다. 사냥은 주로 상류층의 여가였기에, 자동차 시대에는 고급 그랜드 투어러에 왜건처럼 넓은 적재공간을 갖춘 차를 의미합니다.


밴은 캐러밴을 축약해 만든 단어입니다. 오늘날 캐러밴은 캠핑용 트레일러를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막의 상인 행렬을 일컫는 캐러밴(کاروان, caravan)은 승합차나 화물차로 쓰이는 다용도 화물차, 밴(van)의 유래가 됐습니다. 캐러밴은 상인 행렬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상인들이 끌고 다니는 마차의 명칭이기도 했습니다. 보통 짐을 싣고 다녔지만, 사람도 여럿 타서 더위를 피할 수 있었는데요. 화물차나 승합차로 쓰이는 밴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버스는 '모두를 위한'이라는 뜻의 '옴니버스'에서 따 왔습니다.


마지막은 버스입니다. 이전에 버스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살펴봤듯, 버스는 다인승 대중교통 마차 옴니버스(omnibus)를 축약해 만든 말입니다. 최초의 버스 마차가 멈췄던 정류장 앞 가게에 라틴어로 '모두의'라는 뜻의 omnibus라는 광고문구가 붙어있었는데, 그것이 모든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과도 잘 어울려 붙여진 이름이었죠. 20세기 초까지도 대부분의 버스가 옴니버스로 불렸는데, 이후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버스'로 통용됩니다.


마차의 이름이 자동차가 됐듯, 자동차의 이름도 미래 교통수단에 계승될까요?


지금까지 마차로부터 유래해 자동차에도 쓰이는 다양한 용어들을 살펴봤습니다. 비록 이제 길에서 마차를 볼 일은 거의 없지만, 아직까지도 그 혈통(?)은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훗날 자동차가 또 다른 새로운 탈것으로 대체된다면, 그 때도 과연 자동차 시대에 탄생한 새로운 용어들이 계승될까요?



글 · 이재욱 에디터 <피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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